공장 알바 후기 - 생산직 편

오늘은 공장 알바 후기 제조편에 이어 생산직편을 작성한다.

 

아무래도 공장 특성상 생산직이라 해도 식품을 만든다던지, 화장품을 만든다던지 제각각일 것이다.

그중에서 내가 한 일은 잉크 제조였다.

 

그리고 이 일은 내 최악의 공장 알바라고 자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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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알바 후기 - 생산직 (잉크 제조)

처음 잉크 생산 구인글을 봤을때 별거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잉크 제조는 그냥 기계에 먹물을 넣어주면 기계가 알아서 해주는걸 기다리거나 그게 아니면 힘들어봤자 컴퓨터에서 쓰는것처럼 가벼운걸 나르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웃소싱에 지원한다 전화하니 바로 다음날부터 근무 가능하냐 물었다.

ok 하고 바로 다음날 역에서 만나 차타고 이동했다.

 

 

얼마 안가 도착한 잉크 공장의 모습은 말그대로 컨테이너를 이어 붙인것 같은 요즘에도 이런곳이 있나 싶은 공장이었다.

반장의 안내를 받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는데 어디 시골 여관같은 방에 요즘 고등학교에서도 안쓸것 같은 라커들이 줄줄이 진열된 곳이었다.

 

그곳에서 작업복으로 갈아 입는데 누가 쓰던걸 빨지도 않았는지 냄새는 물론이며 꺼먼게 잔뜩 묻어 있고 애초에 내 사이즈보다 한참은 큰 상하의 세트를 입게 됐다. 신발도 뭔 구두인지 운동화인지 모를 신발을 줬는데 역시나 엄청나게 헐어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걸 직감했다.

 

 

어찌저찌 대망의 작업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어디 공업 고등학교 실습실 마냥 진한 초록색으로 페인트칠된 바닥과 잉크 기계 4개가 구비된 작업장이었는데 인원은 기계에 한명씩 총 네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근데 나는 그들을 보며 나와 다른 뭔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

알고보니 네명 중 세명이 중국인이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한국사람이 딱 한명 있었는데 나는 그 사람한테 일을 배웠다.

먼저, 잉크 제조 방법을 알려준다며 잉크액을 가져오겠다는데 무슨 드럼통 같은걸 바퀴달린 조그마한 수레로 운반해왔다. 그걸 잉크 기계 앞까지 갖고와서는 이건 두명이 힘을 합쳐야 할 수 있다며 좀 도와달라했다.

 

 

그래서 그 드럼통을 같이 들어서 잉크 기계에 쏟아 부었는데 확실히 혼자선 무리겠더라 겁나 무거웠다.

낑낑대며 잉크를 다 부우니 이제는 그걸 막대기 같은걸로 휙휙 저어줘야 한단다.

진한 잉크향을 맡으며 저어주고 있으니 후각이 마비되고 머리가 찡하게 아파왔다.

 

그렇게 슬슬 잉크를 저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옆 작업실 중국인이 뭐라뭐라 소리쳤다.

그러더니 나랑 같이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 같이 어디로 우르르 향하는것이 아닌가.

나도 가야하나 싶어 기웃거리며 뒤따라 갔는데 뭔 자재가 도착한듯 했다. 트럭에 가득 담겨 있는 자재를 중국인과 함께 날랐다.

중국인들은 능숙히 한손에 하나씩 두개씩을 날랐는데 그걸보고 나도 두개씩 날랐다. 사실 겁나 힘들었는데 한국인의 자긍심이 있지 여기서 힘든척할 순 없어 안힘든척 했다.

 

 그렇게 자재를 다 옮기고 다시 잉크를 만들었고 얼마 뒤 잉크 한통이 완성됐다.

이제 또 그 완성된 제품을 다른 통에 가지런히 담아 옮겨야 되는데 이게 또 두사람이 같이 들어서 잘 담아주어야 한다. 혼자선 무거워서 도저히 못든다.

이렇게 무한 반복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점심시간이 됐다. 시간이 빨리 가는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밥먹으러 반장과 함께 중국인들과 밖을 나섰다. 이곳은 구내식당 조차 없는 곳이었다.

5분쯤 걸으니 어디 시골 새마을식당 같은곳으로 들어갔는데 반찬이 옛날 군대 짬밥도 이렇게 주진 않는다 싶을 정도로 터무니 없었다. 그래도 첫날부터 반찬투정 할 순 없으니 꾸역 꾸역 먹고 있으니 반장이란 양반이 입에 잘맞냐고 물어봤다.

줘도 안먹는거 억지로 먹고 있다 할순없고 소심의 극치였던 나는 애써 웃으며 맛있다라고 했다.

 

밥을 다먹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는데 이때 도망갈까 말까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여기서는 도저히 일 못하겠단 생각이 자꾸 들었는데 이 당시 나는 소심의 극치였기에 차마 하루만에 관두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말을 안하고 도망가기에는 내 옷이 있는 라커룸에는 중국인들이 디비누워 자고 있었다.

주섬주섬 작업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으면 누군가 당연히 뭐하는거냐고 묻겠지 ..

 

 

결국 이날은 6시까지 일하고 퇴근했다.

도망치듯 공장을 빠져 나가는데 단장이 내일보자며 인사했다.

마찬가지로 소심의 극치였던 나는 내일 뵙겠습니다하며 인사했다. 

사실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반장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잠수탔다.

내 생에 첫 추노이며, 제일 최악인 알바였다.

여러분들은 이건 아니다 싶으면 나처럼 미련하게 퇴근할때까지 버티고 있을게 아니라 바로 그만두거나 점심만 먹고 그만두길 바란다.

 

공장 알바 후기 - 생산직 편 마침.